허울뿐인 공작 영애였다. 사랑을 받기 위해 몸부림쳐도 돌아오는 것은 싸늘한 냉대와 폭언뿐. 그래서 정략결혼이 예정되었을 때 이 거지 같은 가문에서 나가기로 결정했다. 숨겨 둔 보석을 챙겨 도망갈 준비를 했지만…. 증오심에 물든 입양된 남동생, 카닉스가 반란을 일으켰다. “공작가에 빌붙어 있으면 목숨 보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?” “나, 나도 피해자였고…. 너, 너에게 아무 짓도 안 했잖아?” 슥-. 끝내 계획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카닉스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. 이후, 또 한 번 주어진 삶. 나는 갓 입양된 카닉스를 부둥부둥 해주기로 결심했다. 삐뚤어져서 반란을 일으키지 않도록, 나도 살아서 도망칠 수 있도록. 그런데 너무 잘 길들인 걸까? “나 검 배워서 눈나 지켜줄래!” “눈나밖에 없어. 커서도 눈나랑 평생 같이 살래!“ “그, 그래.” 귀여운 눈망울을 굴리며 나를 지켜준다는 뽀시래기의 말에 얼떨결에 미래 약속까지 해버렸다. *** 7년이 지나, 마물 토벌에 떠났던 카닉스가 훌쩍 커서 돌아왔다. “누님, 왜 저를 피해요?” 카닉스의 눈꼬리가 곱게 휘었다. 방긋 웃는 얼굴과는 달리, 내 허리를 휘감는 손길이 집요했다. “자꾸 그러면…. 못 참을 거 같은데.” 느릿하게 속삭이던 카닉스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. …뭔가 잘못됐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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